항상 나의 커피생활을 윤택하게 만들어 주던 커피 아리스타에서 어제 특별한 커피를 구했다고 해서 찾아갔다.
마운틴 에버레스트, 그냥 직역하면 에베레스트 산인 이 커피는 말 그대로 에베레스트 산에서 재배한 커피라고 한다. 커피에 대해 그다지 아는 것은 없지만, 이런 이름의 커피는 듣도보도 못했고, 아리스타 점장님도 처음 보는 커피라고 했기 때문에 꽤나 기대감이 높았다.
11시에 문을 닫는 커피 아리스타에 10시 40분에 찾아가자, 점장님이 밝은 얼굴로 맞아준다. 오늘 낮에 볶아두긴 했는데 시간이 없어서 자신도 아직 못 마셔봤다며 같이 마셔보자고 한다.
보기 힘든 스페셜티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평소보다 더욱 정성스럽게 커피를 내리는 점장님. 잠시 기다리자 커피가 완성되었다.
향과 색깔은 별 다를 것이 없는 한 컵.
입을 대자 쓴 맛과 신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깔끔한 맛이 느껴진다. 첫 맛은 거의 없다시피 하고 중간의 부드러운 맛이 느껴지다가 커피 특유의 콩냄새와 산토스 느낌의 구수함이 뒷 여운으로 남는다. 마치 가벼운 녹차 같은 느낌의 커피.
처음에 언뜻 생각하기에 커피가 제대로 내려지지 않았거나 물을 너무 많이 넣은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부드러운 중간맛과 깔끔하고 고소한 끝맛은 아무 커피에나 물을 많이 넣는다고 나오는 것이 결코 아니다.
커피는 보통 볶고 나서 하룻동안 숙성했다가 마신다. 볶아놓은 커피콩 내부에는 가스가 머금어져 있고, 그 중의 많은 부분을 이산화탄소가 차지한다. 이산화탄소는 커피에 신맛을 강조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다른 향미를 다소 해칠 수 있다. 불필요한 이산화탄소는 하루정도 숙성시키면 대체로 빠져나온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마운틴 에버레스트는 볶고 나서 10시간도 안되어서 마신 것인데도 거의 신맛을 느낄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코스타리카 같은 순한 드립 커피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무척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점장님은 스페셜티 특유의 독특한 향이 아쉽다며 조금 진하게 만들어 봐야겠다고 하신다.
결국 가게를 나오면서 마운틴 에버레스트를 사 가고 싶었지만 돌려서 거절당했다. 사실 점장님도 대책없이 일단 구해놓고 아직 가격을 책정하지도 못한 분위기였다. 어차피 팔려고 산게 아닐테니까.
그래서 대신 이번에 브라질에서 새롭게 들여왔다는 Brazil Ipanema를 100g 사왔다. 일단 지금 가지고 있는 만델링부터 다 처리한 다음에 천천히 음미해 봐야겠다.
ps> 맛은 연하지만 카페인 함량은 일반 커피와 비슷하거나 강한 것 같았다. 한 잔 먹고 바로 신호가 왔으니...
최근 덧글